상세페이지를 다듬던 한 대표와 줌으로 화면을 같이 보고 있을 때였다. 기획안을 Claude Code에 넣어 코딩하고, 만들어진 이미지를 호스팅에 올린 다음, 그 링크를 다시 Claude Code에 넣어 적용시키는 과정. 내가 그 과정을 원격으로 두 번 작업하면서 방법을 설명했다. 그러다 대표가 직접 해보겠다고 마우스를 가져갔는데, 링크를 넣는 자리에서 막혔다. 어디에 무엇을 넣어야 적용이 되는지가 손에 안 잡히는 듯했다. 화면 속 커서가 한참 멈춰 있다가, 스피커 너머로 한숨이 건너왔다. “막막하네요.”
그 말을 듣는데 8년 전 내 화면이 떠올랐다.
같은 동작 앞에서 멈췄던 내 화면
그때 나는 cafe24로 쇼핑몰을 만들고 있었다. 메인 이미지를 새것으로 바꾸려고 했다. 그러려면 코드 안에 이미지 링크를 넣어야 했는데, 코드라는 게 나에게는 까만 글자가 줄줄이 늘어선 화면일 뿐이었다. 어디가 어디인지 구분이 안 됐다. 이미지를 올려둔 주소는 손에 들고 있는데, 그걸 코드의 어느 자리에 끼워 넣어야 하는지를 알 수가 없었다.
링크 한 줄을 넣는 일이었다. 그 한 줄을 넣을 자리를 못 찾아서 며칠을 화면만 켜고 닫았다. 코드를 위에서 아래로 훑어봐도 글자들이 다 비슷해 보였다. 잘못 건드리면 멀쩡하던 화면까지 깨질 것 같아서, 결국 손도 못 대고 닫았다. 메인 이미지는 한참을 옛것 그대로 걸려 있었다.
그때 내가 내린 결론은 단순했다. 코드는 내 영역이 아니다. 그렇게 정해두니 마음이 한결 가벼웠다. 못 하는 게 당연해지면, 안 풀리는 자기 자신과 씨름하지 않아도 되니까.
막다른 느낌이 오는 자리
그날 대표의 화면과 8년 전 내 화면은 같은 동작 앞에서 멈춰 있었다. 이미지 링크를 코드에 넣는 일. 도구는 달랐다. 그는 Claude Code였고 나는 cafe24였다. 그런데 막힌 지점의 모양이 닮아 있었다. 링크는 손에 있는데, 그걸 넣을 자리가 손에 안 잡히는 것.
막다른 느낌은 거기서 왔던 것 같다. 길이 없어서가 아니라, 아직 그 자리가 손에 익지 않아서. 손에 익기 전까지는 길이 있어도 안 보인다.
4초짜리 화면이 끼어들 때
며칠 뒤 페이스북 광고가 어떻게 들어오는지 보려고 GA4의 세션·매체 보고서를 열었을 때였다. 메타 광고로 들어온 고객의 평균 참여시간이 4초를 가리키고 있었다. 4초. 들어왔다가 거의 바로 나갔다는 뜻이었다. 그 숫자 앞에서, 며칠 전 그 한숨이 스피커 너머로 다시 건너왔다. 상세페이지 작업이 먼저라, 그 화면은 일단 닫아두기로 했다.
막막함은 한 번 지나갔다고 사라지는 게 아니었다. 하나를 붙잡고 가는 동안 다른 자리에서 또 고개를 들었다. 상세페이지를 겨우 손에 익혀가는데, 4초짜리 화면이 옆에서 다시 “막막함”이 끼어드는 것이다.
그 한숨 너머
상세페이지도, 4초짜리 광고 화면도, 아직 할 일이 남아 있다는 뜻이었다. 할 일이 남았다는 건 아직 손댈 자리가 있다는 거고, 그건 아직 희망이 있다는 쪽에 가까운 말이기도 했다.
8년 전 코드 앞에서 손을 떼고 닫아버렸던 나는, 그 뒤에 html과 css를 공부했다. 까만 글자가 줄줄이 늘어서 있기만 하던 화면에서 어디가 어디인지가 조금씩 구분되어 보이기 시작했다. 코드는 내 영역이 아니라던 결론은 코드가 정해준 게 아니었다. 내가 내린 것이었고, 그래서 내가 거둘 수 있는 것이었다.
그래서 스피커 너머로 건너온 그 한숨이 어디서 오는지 안다. 막막함은 작업하는 내내 자리를 바꿔가며 다시 오겠지만, 그게 끝이 아니라는 것도 안다. 그가 그 자리들을 하나씩 지나갈 거라는 걸, 같은 자리를 지나온 사람으로서 알고 있다. 그날 나는 같은 화면을 보면서, 그 한숨 너머를 같이 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