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줌 화면을 공유해 보여줬다. 블로그 글을 넣으면 캐러셀을 만들어 주는 Claude 프로젝트였다. 그가 프로젝트의 한쪽을 보여주며 말했다.
“여기가 수정 패널이에요.”
그 말을 듣는 순간 단어 하나가 머릿속에 들어왔다. 수정 패널.
”수정 기능이 있으면” 하고만 있던 것
나도 비슷한 걸 만들고 싶었다. 결과물이 한 번에 끝나는 게 아니라, 나온 걸 바로 고쳐가며 쓸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 생각은 거기서 더 나아가지 못했다. “수정하는 기능이 있으면 좋겠다” 정도에서 멈춰 있었다.
무엇을 어디에 어떻게 둘지가 그려지지 않았다. 고치는 칸이 따로 있고, 거기서 고친 게 결과에 반영되고, 그걸 다시 받아서 또 고치는 — 그 모양이 머릿속에 형체로 잡히지 않았다. 바람만 있었지 그림이 없었다.
그가 “수정 패널”이라고 말하는 순간, 막연하던 게 한 단어로 굳었다. 그제야 내가 만들고 싶었던 게 무엇이었는지 또렷해졌다. 단어가 먼저 있었던 게 아니라, 단어를 듣고서야 구체화할 수 있었다.
단어가 없으면 생각이 거기서 멈춘다.
설명없이 쏟아낸 단어들
같은 미팅에서, 내가 알려주는 쪽이 됐다.
SEO 작업을 하기 전과 후의 데이터를 구글 서치콘솔 화면으로 보여줬다. 숫자가 달라진 걸 같이 봤다. 무엇을 건드렸더니 어디가 어떻게 움직였는지를 짚어갔다.
SEO 작업을 세분해서 robots.txt를 말했다. llms.txt도 말했다. 구조화된 데이터, meta title, meta description. 단어들을 하나씩 꺼내놓으면서 머뭇거렸다. 그게 각각 무엇인지, 어디에 어떻게 넣는지를 다 풀어 설명할 시간이 없었다. 풀자면 하나하나가 또 한참이었다.
그래서 그냥 건넸다. 설명은 접어둔채로 단어만 전달했다.
조금 전까지 나는 단어가 없어 멈춰 있던 쪽이었는데, 이번엔 단어를 쥐고도 그걸 못 풀어 머뭇거리는 쪽이 됐다.
자료를 보내면 알아서 하리라 믿고 마친 이유
설명을 다 못 한 채로 마무리할 수 있었던 건, 그가 AI를 충분히 잘 쓰고 있어서였다.
설정하는 방법까지 자세히 풀지는 못했다. 대신 정리된 자료를 보내주면 알아서 설정하리라 여겼다. 필요성과 전체 그림만 잡혀 있으면, 구체적인 설정은 직접 해보며 익히면 된다. 용어가 낯설어도 한 번 설정해 보고 나면 그게 자기 단어가 된다. 그건 내가 지나온 길이기도 하다.
그러니 설명을 다 못 해도 괜찮겠다 싶었다. AI가 있으니까. 자료만 건네면 나머지는 그가 채워 가리라 믿고 미팅을 닫았다.
미팅이 끝나고, 머뭇거림에 대해 생각했다.
한 번은 “수정 패널”이라는 단어가 없어서 생각이 막연한 채로 멈췄고, 한 번은 단어를 쥐고도 풀어줄 틈이 없어 그냥 건넸다. 배우는 쪽에서도, 알려주는 쪽에서도, 멈춘 데는 똑같이 용어였다.
AI 덕분에 괜찮다는 안심이 한쪽에 있다. 그림만 그릴 수 있으면 구현은 따라오고, 낯선 단어는 직접 설정해 보며 익숙해진다. 맞는 말이다.
그런데 그 안심 옆에 자꾸 다른 게 남는다. “수정 패널”이라는 단어가 없었던 동안, 내 생각은 끝내 거기까지밖에 못 갔다. 단어를 들은 뒤에야 그 너머가 보였다. 평소에 생각을 확장하기 위해 재료들을 많이 축적해둬야겠다.